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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 이야기] "나 양심 있는 사람이야~!"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 조회수:705 59.9.113.55
2015-04-14 11:46:09

[아자 이야기] "나 양심 있는 사람이야~!"

 

요즘 욕심이 없고 깨끗한 사람들이 살던 마을의 이름을 따 '서로 사랑하라'의 의미를 담은

동두천의 ㅇㅇ초등학교에 놀이학급 활동 프로그램을 나가고 있어요.

어제는 두 번째 만남이었지요.

 

활동 전 쉬는 시간, 얼굴을 살짝 내밀었더니 한 친구가 알아보고 "박사님~ 박사님~" 하며

손을 흔들고 맞이해주는 거예요. 첫 회기 담임 선생님이 저를 '놀이박사'라 소개해준 덕분입니다.

다른 어린이들도 다 같이 "안녕하세요~" 하며 반겨줍니다. 벌써 제 마음은 행복해졌지요.

 

여는 놀이로 첫 회기에 했던 '사람을 찾습니다'[이웃을 사랑하십니까(1.3-9) 변형)]를 한 번 더 하고 난 다음 '그물놀이(2.4-001)'를 했습니다.

먼저 두 사람씩 짝을 이루어 손을 잡고 섭니다. 한 짝은 고양이(술래)가 되고 다른 짝들은 쥐가 되지요.

시작이 되어 술래에게 잡힌 짝들은 술래와 함께 손을 잡고 그물을 만들어 뛰어다니며 다른 짝들을 잡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그물이 길어지게 되요. 중요한 규칙은 서로 손을 잡고 다니는 것과 열의 맨 끝에 있는

술래만이 사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좁은 교실 공간에서 하다 보니 뛰어다니지 않고 빠르게 걷는 방식,

잡히면 바로 그물이 되는 게 아니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면 그물이 되고 이기면 다시 도망가는 방식으로 했답니다.

 

'그물놀이'를 마치고 나서 어린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있나요?"

한 짝이 살짝 눈치를 보면서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살아남은 ㅇㅇ를 가리키면서

"너 규칙 안 지켰잖아."라는 지적과 함께 "선생님, 얘 잡혔는데도 도망쳤어요."라며 제게 일르는 거예요.

이에 살아남은 ㅇㅇ가 흠칫 놀라며 억울한 듯 "아니야." 하며 옥신각신 할 태세였어요.

또 한 번 중요한 순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 ㅇㅇ가 거짓말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가 스스로 놀이규칙을 지키기로 약속을 했기에

ㅇㅇ 규칙을 억지로 어겼으리라는 생각이 안 들어. 그리고 선생님은 ㅇㅇ 규칙을 존중하고 지키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가. 우리 ㅇㅇ 양심을 믿어 보자."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살아남은 짝과 모두를 위해 박수를 치며 놀이를 마쳤습니다.

다음 활동으로 '당신을 아는 기쁨(1.3-111)'을 했을 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ㅇㅇ에게 재밌고

인상적인 일이 있었어요.

 

 

'당신을 아는 기쁨(1.3-111)'은 가볍고, 편안한 특정 주제의 질문들을 가지고 내 앞에 있는 짝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 가까워지는 의사소통 놀이에요. 내 짝에 대해 알아맞히는 형식이어서 상대에게 내가 적는

답을 보여주지 않는 놀이 요령을 일러줍니다. 이를테면, 지도자가 "내 짝이 좋아하는 혈액형은?"이라는

질문을 던지면 서로 자신의 짝을 바라보며 자신의 활동 양식지에 예상되는 내 짝의 혈액형을 적는 식입니다.

보여주면 낭패겠지요.

 

제가 어린이들에게 "자, 여러분. 다른 사람이 자신이 적은 답을 보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ㅇㅇ의 짝이 된 친구가 웃으면서 자신의 활동 양식지를 얼른 감추며

"야, 보지마!" 하자 ㅇㅇ 큰 소리로 한 마디 하는 거예요.

 

"나 양심 있는 사람이야~!"

 

"ㅇㅇ가 나 양심있는 사람이야~!" 하는데 기쁨과 함께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지도자가 믿어주는 대로

반응하는 ㅇㅇ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ㅇㅇ 스스로 양심 있는 사람으로서의 신뢰를 받은 것에 대해

분명 모종의 자기 반응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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